[2004] Cat and Bird 그림같은세상

Paul Klee
Cat and Bird, 1928
Oil and ink on gessoed canvas, mounted on wood

15 x 21" (38.1 x 53.2 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 파울 끌레의 <고양이와 새>.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단순한 선으로 표현된 새 한마리와 먹이를 얻기 위해 곰곰히 생각에 잠긴 고양이의 표정이 참 심각해 보입니다. 고양이의 무심한 표정은 속에 품고 있을 그의 검은 마음을 숨기려는 능청이겠죠. 마음 속에는 오직 자신을 놀리며 눈앞을 자유롭게 노니는 새 한마리 뿐임을. 마치 고양이의 마음을 거울에 비추듯이 파울 클레는 그림 속에 그의 마음을 담아냅니다.

어린아이가 자기 눈에 비친 대로 쓱쓱 그려낸 그림처럼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파울 끌레의 그림은 그래서 더욱 마음에 쏘옥 들어오는 군요.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은 잘라버리고 그럴듯해 보이려는 과장이나 남의 눈을 속이려는 꾸밈이 없는 최소한의 표현. 그렇게 포장을 한 겹 두 겹 벗겨내는 것이 오히려 그 대상이 지닌 개성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파울 클레는 그림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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