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는 신경학 전문의로 자기가 만난 신경증 환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는 음악 학교에서 성악을 가르치는 P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그의 증세는 사람이나 사물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시각적인 장애였는데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목소리나 행동으로 그들을 분간하는 것이었습니다.
안과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상상력과 유머 감각도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벗어 놓은 신발 조차 제대로 찾아 신지 못했고 사막의 사진이 실린 잡지의 표지를 보면서 강물이 흐르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등,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상당한 장애를 보이고 있었죠.
가장 압권인 것은 검사를 마치고 일어난 P 선생이 모자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더니, 아내의 머리를 잡고서 자기의 머리에 쓰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늘 있어 온 일이라는 듯이 태연한 모습이었지만 신경학 전문의인 그는 충격을 받죠. 아내를 모자로 착각할 정도의 사람이 어떻게 음악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궁금해진 올리버 색스는 고민 끝에 환자를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 그의 집을 찾아 가 봅니다.
'며칠 후 나는 P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가방에는 그가 좋아하는 작곡가 슈만의 악보 <시인의 사랑>과 지각 검사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 있었다. P 선생의 부인이 문 앞까지 나와서 나를 커다란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19세기의 베를린을 연상시킬 정도로 천장이 높은 방이었다. 방 가운데에는 고풍스러운 베젠도르프 피아노가 당당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악보대에 악보, 악기들이 놓여져 있었다. 책도 있고 그림도 있었다. 그러나 그 방의 주인공은 뭐니뭐니 해도 음악이었다. P 선생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정신은 딴 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악수를 하기 위해서 손을 내밀면서도 발걸음은 벽시계를 향했다. 그러다가 내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방향을 고쳐잡고 내게로 다가와 악수를 했다.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최근에 열렸던 연주회와 그 기량에 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약간 머뭇거리면서 그에게 노래를 한 곡 청했다.
"<시인의 사랑> 이군요.", 그는 목청을 높였다, "그런데 어쩌죠. 이제는 악보를 읽을 수 없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반주를 해 주실 수 있나요"
나는 한 번 해 보겠노라고 말했다. 피아노가 워낙 고풍스럽고 좋은 것이어서 내 피아노 연주도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P 선생의 목소리는 나이든 티를 숨길 수는 없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완숙해진 피셔 디스카우의 목소리를 그대로 빼 닮은 듯 했다. 완벽한 귀와 소리, 반짝이는 음악성 지성이 어울어진 그런. 그가 음악 학교에서 교사직을 맡고 있는 것이 학교측의 자선 사업이 아니라는 것은 이것으로 명백해졌다.'
P 선생님의 집에서 함께 <시인의 사랑>을 연주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를 좀 더 세밀히 관찰해 본 후에 의사 올리버 색스가 내린 진단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어디가 나쁘다고 말씀 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좋은 점은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말이죠.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 음악가라는 점. 그리고 음악이 바로 선생님의 생명이라는 점입니다. 만일 내가 처방전을 쓴다면 당신은 항상 음악 속에 파묻혀서 사시기를, 이렇게 써 드릴 겁니다. 지금까지는 음악이 선생님의 생활에 중심이었습니다만, 지금부터는 음악이 선생님의 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지내시라고 말입니다."
시각적인 능력을 상실하고 모든 것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판단하며 살아가는 P 선생,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그 남자는 앞으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자신의 몸조차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그지만 음악적인 이미지 만큼은 항상 선명하게 흘러서 음악과 함꼐 음악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멈추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행동도 뚝 멈춰 버리고 말죠.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완전히 상실했지만 음악으로서 세계를 또렷이 파악하는 P 선생. 그는 실제의 세상은 인식할 수 없었음에도 음악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자 한 자신의 의지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933년에 태어난 올리버 색스는 과학자이면서도 문학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토마스 상을 받았고, 뉴욕 타임즈로부터는 의학의 계관 시인이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85년에 출간되어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베스트셀러가 되었구요. 피터 브룩에 의해서 연극으로도 올려지기도 했습니다. 올리버 색스는 모짜르트의 음악을 매우 좋아해서, 모짜르트는 나를 더 나은 신경학자가 되게 만들고 있다 라고 말할 정도랍니다.
안과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상상력과 유머 감각도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벗어 놓은 신발 조차 제대로 찾아 신지 못했고 사막의 사진이 실린 잡지의 표지를 보면서 강물이 흐르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등,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상당한 장애를 보이고 있었죠.
가장 압권인 것은 검사를 마치고 일어난 P 선생이 모자를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더니, 아내의 머리를 잡고서 자기의 머리에 쓰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늘 있어 온 일이라는 듯이 태연한 모습이었지만 신경학 전문의인 그는 충격을 받죠. 아내를 모자로 착각할 정도의 사람이 어떻게 음악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궁금해진 올리버 색스는 고민 끝에 환자를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 그의 집을 찾아 가 봅니다.
'며칠 후 나는 P 부부의 집을 방문했다. 가방에는 그가 좋아하는 작곡가 슈만의 악보 <시인의 사랑>과 지각 검사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 있었다. P 선생의 부인이 문 앞까지 나와서 나를 커다란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19세기의 베를린을 연상시킬 정도로 천장이 높은 방이었다. 방 가운데에는 고풍스러운 베젠도르프 피아노가 당당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악보대에 악보, 악기들이 놓여져 있었다. 책도 있고 그림도 있었다. 그러나 그 방의 주인공은 뭐니뭐니 해도 음악이었다. P 선생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정신은 딴 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악수를 하기 위해서 손을 내밀면서도 발걸음은 벽시계를 향했다. 그러다가 내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방향을 고쳐잡고 내게로 다가와 악수를 했다.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최근에 열렸던 연주회와 그 기량에 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약간 머뭇거리면서 그에게 노래를 한 곡 청했다.
"<시인의 사랑> 이군요.", 그는 목청을 높였다, "그런데 어쩌죠. 이제는 악보를 읽을 수 없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반주를 해 주실 수 있나요"
나는 한 번 해 보겠노라고 말했다. 피아노가 워낙 고풍스럽고 좋은 것이어서 내 피아노 연주도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P 선생의 목소리는 나이든 티를 숨길 수는 없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완숙해진 피셔 디스카우의 목소리를 그대로 빼 닮은 듯 했다. 완벽한 귀와 소리, 반짝이는 음악성 지성이 어울어진 그런. 그가 음악 학교에서 교사직을 맡고 있는 것이 학교측의 자선 사업이 아니라는 것은 이것으로 명백해졌다.'
P 선생님의 집에서 함께 <시인의 사랑>을 연주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를 좀 더 세밀히 관찰해 본 후에 의사 올리버 색스가 내린 진단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어디가 나쁘다고 말씀 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좋은 점은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말이죠.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 음악가라는 점. 그리고 음악이 바로 선생님의 생명이라는 점입니다. 만일 내가 처방전을 쓴다면 당신은 항상 음악 속에 파묻혀서 사시기를, 이렇게 써 드릴 겁니다. 지금까지는 음악이 선생님의 생활에 중심이었습니다만, 지금부터는 음악이 선생님의 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지내시라고 말입니다."
시각적인 능력을 상실하고 모든 것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판단하며 살아가는 P 선생,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그 남자는 앞으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자신의 몸조차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그지만 음악적인 이미지 만큼은 항상 선명하게 흘러서 음악과 함꼐 음악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멈추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행동도 뚝 멈춰 버리고 말죠.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완전히 상실했지만 음악으로서 세계를 또렷이 파악하는 P 선생. 그는 실제의 세상은 인식할 수 없었음에도 음악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자 한 자신의 의지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933년에 태어난 올리버 색스는 과학자이면서도 문학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토마스 상을 받았고, 뉴욕 타임즈로부터는 의학의 계관 시인이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85년에 출간되어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베스트셀러가 되었구요. 피터 브룩에 의해서 연극으로도 올려지기도 했습니다. 올리버 색스는 모짜르트의 음악을 매우 좋아해서, 모짜르트는 나를 더 나은 신경학자가 되게 만들고 있다 라고 말할 정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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