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 ![]() 이권우 지음/그린비 |
1.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그린비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번째 시리즈다. '인생역전' 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보통 우리는 '인생역전' 이라하면 '로또(복권)'을 떠올린다. 하지만 거기에는 인생=돈 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때만이 유효하다. 누가 우리의 인생을 돈으로 한정시켜 버렸나. 그때문에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것들을 잃어 버렸다. 그럼 그것들을 다시 되찾아 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인생이 무엇인가? 인생에서 무엇을 이룰 것인가?' 라는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꿈' 을 묻는 방법에 문제를 제기한다. 왜냐하면 그 질문은 정형화된 '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과 꿈에 대해서 답을 하는 순간, 우리는 그 답 안에 나의 인생과 꿈을 속박당하게 된다. 그때부터 우리는 그 이외의 많은 것들을 잃게 되는 것이다. 정말 '로또' 따위에나 당첨되는 것을 '꿈'으로 믿고 있는 자신의 인생에서 뭔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보자. '나는 나의 삶에 어떤 질문을 갖고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과연 '로또'를 원하는 나는 현재 나의 삶의 절실함과 긴박감을 갖고 있는가 물어보자, '로또'는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아니던가? 그 욕망을 그깟 '로또' 따위에게 온전히 맡겨버리고 멍하니 TV 앞에서 맥주나 마시면서 실실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럼 현재의 내 모습과 나의 질문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부처께서 말씀하셨던가, 자기 스스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고 하지만 깨달은 현인에게 물어볼 수는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물음은 바로 답은 '책'을 읽는 것이다. 바로 책을 읽음으로써 그런 생의 절실함과 긴박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답' 이 없는 물음을 찾는 순간 생각없는 기계처럼 일상의 톱니바퀴나 돌리던 무사안일한 삶을 깨는 망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망치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책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2.
그래서 그런지 심심지 않게 나오는 책 종류 중의 하나가 '책을 잘 읽는 방법' 내지는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많은 단기간에 영어를 끝낼 수 있다는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것이 실제로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처럼, 실제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들 고민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책읽기의 달인' 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나온 이 책도 그런 종류의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책을 잘 읽게 해준다는 책들 가운에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렛츠리뷰에 당첨되었기 때문에?
3.
이 책을 읽고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How to read a book)]이 얼마나 대단하고 비껴갈 수 없는 책인지를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50년대 나온 오래된 책인데도 말이다. 혹시 [호모 부커스]를 읽고 아직 목마름이 남아있다면 이 책을 찾아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이야말로 진정 읽는 그리고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아닐 지라도 '많은' 것을 얻게 해준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읽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옆에서 하나하나 지름길을 제시해 주는 스승을 가질 수는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책을 스승으로 삼아서 평생 질문을 갖고 살 수 있는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우선 이 책은 독서를 초급 독서, 점검 독서, 분석 독서 그리고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신토피칼 독서의 4단계로 나누고 독자 자신이 스스로 어떤 단계에 있는지 측정하고 또 어떻게 더 높은 단계의 독서로 이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습 예와 연습문제도 수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와 대화하는 방법과 그를 통해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나가는 길을 제시한다는 데 이 책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독서 교육에 대한 고민 역시 끌어내고 있다.
특히 시나 소설같은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 사회학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학과 물리학 같은 과학도서까지 빠짐없이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도록 제대로 유도하고 있다. 사랑에 기술이 필요하듯 독서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4.
그럼에도 이 책 [호모 부커스]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처음 이 책을 받고 이 책을 펼쳐서 얼마 정도 읽어나가고 있던 도중 책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저자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차분한 목소리에 소박한 옷차림이 첫인상이었고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셨던 신영복 교수가 떠오르는 이미지를 갖고 계셨다. 그 덕분인지 책 속의 저자의 목소리가 더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 책은 [독서의 기술] 보다는 덜(?) 적극적인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크게 두 부분으로 책을 나눴는데 첫번째 부분은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고 또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에 대해서 자신의 이야기와 역사 속의 대표적인 책벌레들의 책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서 논증을 통한 설득 보다는 두런두런 이야기하듯이 동감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두번째 부분은 바로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심도있게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그간 고민했던 그리고 배워왔던 많은 독서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자신이 정리한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 도 그 한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심도있지 않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바로 다른 책으로의 출구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책에 나와 있는 것을 굳이 말로 하면 입만 아플 뿐' 책을 직접 읽는다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다. 그 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 가치가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쓰기 위한 읽기'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영화광의 3단계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트뤼포가 생각난다. 그는 영화광의 첫번째 단계는 영화를 거듭해서 반복해 보기, 두번째 단계는 영화에 대해 쓰고 비평하기, 세번째 단계는 직접 영화를 찍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읽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첫번째 단계는 거듭해서 읽기, 두번째 단계는 책에 대해서 쓰고 비평하기, 그리고 새번째는 자신의 다른 생각을 정리해서 직접 책을 쓰는 것이다. 쓰기는 매우 적극적인 읽기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이 책은 전반적인 읽기의 모든 부분을 조금씩 건드려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고,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 또 다른 읽기로 확장해 갈 수 있는 일종의 '포털' 역할을 해준다. 이렇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을 자기들만의 계획을 세워서 읽기로 이끌 수 있고, 그를 통해 자신의 현재의 삶을 돌아보고 의문을 갖게 하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여 뛰어 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드는 잠재력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5.
사람은 누구나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나만의 '다른' 생각인가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은 그 사회의 통념과 편견과 같은 선상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갖고 있는 '생각'은 그렇게 '관성'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방향을 갖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에서의 어떤 '힘'이 작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 힘은 거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선현들께서는 아기를 낳는 어머니의 '산고'에 비유했었다. 그렇다. 나만의 '다른 생각' 과 '답이 없는 질문' 은 낳는 것이지 그냥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유라는 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나의 삶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삶을 놓고 여유를 찾는 사람은 절대 여유를 찾을 수 없다. 그 여유는 삶 자채에 잠재되어 있다. 그 여유를 찾을 때야 비로소 다른 삶에 대한 '절실함' 이 생기고 배우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이 생기게 된다. 지금 바로 책을 들어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바로 '인생역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다. 물론 '제대로' 읽어야 하겠지만... 그래서 이런 책이 끊임없이 나오는게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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